남들이 다 쓴다고, 나도 써야 하는 건 아니다

nullvuild를 개발할 때, 처음 선택한 언어는 Python Django였다.


당시에는 단순한 웹앱이 아니라 블로그 플랫폼과 웹앱을 절반씩 섞은 형태를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일부러 Python을 골랐다. 문서화가 잘 되어 있고, 생태계도 넓고, 무엇보다 확장성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착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생각보다 Python을 저렴하게 호스팅해주는 곳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를 수도 있지만, 그때는 선택지가 정말 제한적이었다.


결국 PythonAnywhere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게 됐는데, 속도가 너무 느렸다. 사용자 경험을 해칠 정도였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였다. 그래서 나중에는 PHP로 갈아탔다.


이 시기에는 지금의 Claude Code나 Codex처럼 내 시스템을 직접 제어해주는 AI는 없었다. 그럼에도 웹 기반 LLM만으로도 언어를 전환하고 새로운 스택에 적응하는 데는 충분했다. 도구가 완벽하지 않아도, 방향만 맞다면 어떻게든 나아갈 수 있다는 걸 그때 배웠다.


이 경험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하나다. 남들이 다 쓴다고 해서, 나도 그 언어와 환경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두 가지뿐이다. 얼마나 저렴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내 상황에 적합한지. 나머지 기능적인 부분들은 어차피 AI가 채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 선택의 기준이 `유행`에서 `적합성`으로 옮겨가는 시대다. 그리고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한 사람 중 하나가, 아마 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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